일본의 소설가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화차>입니다. 이 영화는 한국 최초의 선댄스 영화제에서 수상을 한 변영주 감독의 작품으로 그녀의 첫 상업영화 흥행작입니다. 영화 <화차>의 줄거리를 살펴보고, '화차'라는 의미를 찾아보며 사라진 주인공 차경선을 살펴보겠습니다.
1. 영화 <화차> 줄거리
결혼식을 한 달 앞두고 예비 신부가 사라졌습니다. 그녀의 집에 있던 물건까지 깡그리 전부 다 사라졌습니다. 그러자 예비 신랑이었던 장문호 앞뒤 가리지 않고 실종 신고를 접수한 뒤 그간 왕래가 없었던 전직 경찰 사촌 형까지 찾아가 도움을 요청하지만 진짜 심각한 문제는 그때부터 터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장문호가 알고 있던 강선영이 강선영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예비 신부의 모든 게 가짜였습니다. 그녀의 이름은 강선영이 아니라 차경선이었고 결혼했다가 이혼한 과거도 있었고 심지어 아이까지 출산한 경험이 있던 여자였습니다. 더 나아가 모든 정황상 차경선이 강선영을 죽였을 거라는 사촌 형의 말까지 더해지자 감당할 수조차 없는 큰 혼란에 빠진 장문호는 절망감에 사로잡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냥 우울하게 있을 수만은 없었습니다. 차경선이 또 다른 누군가의 삶을 빼앗으려 한다는 정황을 포착했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그 대상이 자신의 고객일지도 모른다는 걸 알게 됩니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장문호와 그의 사촌 형 김종근은 곧장 의심되는 곳을 찾아갑니다.
2. '화차' 그 자체인 차경선
영화의 제목인 화차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불교 용어로서 '지옥에서 죄인을 싣는 불이 타고 있는 수레'를 말합니다. 그래서인지 영화 속 인물들은 자신들만의 화차에 올라타 끊임없이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타인의 인생을 송두리째 빼앗아 버린 '차경선'. 그녀 때문에 고통받던 '장문호'. 경찰 재직 중 뇌물을 받은 대가로 백수 신세가 된 '김종근'. 그런 그를 지켜보기만 해야 했던 '그의 아내와 방치된 아들'. 결혼을 잘못한 대가로 모든 게 망가지고 어머니까지 하늘로 떠나보내야 했던 차경선의 전 남편 '노승주'. 그리고 가난 때문에 술집을 전전하던 '강선영'. 분명 이들 모두는 각자의 지옥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쳤습니다. 차경선은 영화의 제목 그대로 '화차' 그 자체를 상징합니다. I.M.F가 터진 뒤 사업이 어려워지자 그녀의 아버지는 사체에 손을 댔고 이후로 그녀의 삶은 모든 게 망가졌습니다. 아버지는 도망갔고 엄마는 죽었고 열다섯 살 때부터 성당에서 고아처럼 지내야 했던 그녀는 다행스럽게도 좋은 남자를 만나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나 싶었지만, 아버지의 빚을 받으러 온 사채업자 때문에 또다시 무너지게 되고 자신의 현실을 뼈저리게 느끼게 됩니다. 날 지켜줄 사람은 그 어디에도 없다는 걸 말입니다. 어린 시절 엄마를 기다리고 그리워했던 장소는 세월이 흘러 결국 그녀를 배신했고 그녀가 바라던 구원의 손길은 없습니다. 사채업자한테 끌려간 지 일 년이 지나고 나서야 그 상황에서 벗어나게 된 차경선은 이후 아이를 출산했지만 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기형이었고 얼마 버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버립니다. 그러자 차경선은 본인이 살기 위해 타인의 삶을 송두리째 빼앗으려 했습니다. 그건 자신을 죽이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자신을 죽인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포장지를 바꾼다 한들 알맹이는 변하지 않는 법이고 아무리 잘 쌓아 올려봤자 모래성은 언젠가 무너지기 마련입니다. 그래서인지 그녀는 늘 불안해하고 악몽에 시달렸습니다. 장문호의 친구 동우의 전화 한 통으로 인해 아래로 무너진 것 또한 그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그녀는 도망치는 선택을 했고 또 다른 희생자를 물색하다 장문호와 마주치며 모든 게 물거품 됐습니다. 그러자 그녀는 그제야 진짜 자신을 소멸시키기로 결심합니다. 근데 여기서 궁금한 건 차경선이 장문호를 사랑하긴 했냐는 것입니다. 장문호가 운영하고 있던 동물 병원 그 앞에 계속 나타났던 게 과연 우연이었을까요? 도망친 뒤 그에게 전화를 걸었던 건 어떤 이유에서였을까요? 장문호와 마주친 뒤 그녀는 왜 울었던 걸까요? 마지막 순간 장문호의 자장가를 떠올렸던 건 또 무슨 의미인 걸까요? 그를 사랑해서였을까요? 아니면 자기 연민이었을까요? 차경선은 철저하게 자기 자신만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관객들은 그런 그녀의 모습에서 어느 정도 답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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