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영화 <하울의 움직이는 성>입니다. 갑자기 마녀의 저주를 받아 할머니가 된 소피가 주인공으로, 캘시퍼와 하울의 계약을 깨주면 소피의 저주를 풀어주겠다는 캘시퍼의 말에 움직이는 하울의 성에 머물게 되며 이야기는 진행됩니다. 하울과 마녀, 하울의 심장으로 움직이는 성 등을 알아보며 영화가 이야기하는 것이 무엇인지 살펴보겠습니다.
1. 하울의 심장과 마녀
황야의 마녀는 하울의 심장을 노립니다. 마녀가 하울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 하울에게 마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 편지의 내용처럼 하울은 유성에서 날아온 악마 '캐시퍼'를 잡게 되고, 그 계약으로 심장과 몸이 분리됩니다. 마녀의 편지에 나온 '마음이 없다'라는 말은 하울에게 심장이 없다는 말과 같은 말입니다. 이 영화에서 '심장'이라는 건, '마음'을 상징하는 장치입니다. '心'이라는 이 한자는 '마음 심', '심장 심'으로도 불리며 이중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는 단어입니다. '하울은 여성의 심장을 먹는다'라는 말은 여성의 마음을 훔쳐 가는 하울의 캐릭터를 동화적으로 표현하는 말입니다. 영화의 마지막에도 하울의 심장을 소피가 돌려줄 때면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이 영화는 한자처럼 심장과 마음을 같은 것처럼 표현합니다. 이런 하울의 심장을 마녀가 노린다는 건, 마녀가 하울의 마음을 얻고 싶어 한다는 걸 의미하기도 합니다. 하울과 소피가 함께 탈출하자 그날 저녁 소피에게 저주를 거는 것은 소피와 하울이 사랑하게 되는 것에 대한 마녀의 질투와 하울의 마음을 가지려고 하는 마녀의 소유욕이 담겨 있습니다.
2. 하울의 심장과 성
하울의 성을 움직이는 건 '캘시퍼'입니다. 그리고 캘시퍼의 불은 하울의 심장을 본체로 불타고 있습니다. 그 말은 이성을 움직이는 근본적인 동력은 하울의 마음이라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하울의 심장(마음)으로 움직이는 성은 하울이라는 캐릭터 자체를 보여주는 장치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성의 안쪽은 하울의 내면, 성의 바깥쪽은 하울의 외면을 의미하게 됩니다. 그래서 지저분한 성의 내부를 소피가 청소한다는 건 하울의 지저분한 내면을 깨끗하게 만들어주는 소피의 역할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같은 맥락으로 성의 내부에 소피의 방이 생기는 장면은, 하울의 내면에 소피의 자리가 생겼다는 걸 보여줍니다. 하울은 소피의 방을 만든 직후 자신의 가장 비밀스러운 은신처를 소피와 공유함으로써 자신의 마음을 보여줍니다. 하울의 내면을 상징하는 성 내부가 전쟁의 불꽃으로 부서지는 장면은 소피를 지키기 위해 전쟁에 뛰어든 하울의 내면이 점점 파괴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무기와 잡동사니들로 채워진 성의 외면은 '전쟁 도구'로 사용되는 마법사, 전쟁 도구로 키워진 하울의 외적인 면을 보여줍니다. 이런 하울의 모습을 상징하는 성이 군인만 만나면 도망 다니며 계속 옮겨 다니는 건 전쟁으로 물든 사회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싶은 하울의 캐릭터를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3. 하울의 심장과 전쟁
영화의 배경엔 전쟁이 한창 진행 중입니다. 전쟁이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나와 있진 않지만 하울의 어린 시절 은신처에 총이 걸려 있고, 군함 모양의 펜대가 있는 걸로 보아 하울은 어린 시절부터 전쟁의 폭력에 직간접적으로 노출되고 있었던 것처럼 보입니다. 하울은 전쟁에서 만난 마법사들에 대해 캘시퍼와 이렇게 대화합니다. "마법사에게 습격을 받았어" "황야의 마녀?" "아니 초보 마법사인데 괴물로 변신했더라고" "놈들 나중에 눈물 흘리게 될걸. 괴물로 변신하면 인간으로 못 돌아와" "우는 법도 잊을 테니 상관없을걸?" 눈물을 흘린다는 건, 감정(마음)이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인간의 마음을 파괴하고 괴물로 만드는 전쟁의 속성을 이 애니메이션은 '괴물이 되는 마법사'라는 판타지를 통해 보여줍니다. 심장을 소피가 받게 될 때 소피와 캐시퍼는 이런 이야기를 나눕니다. "따듯하고 어린 새처럼 움직이고 있어" "어린 시절 그대로거든". 왜 이 영화는 전쟁의 폭력으로 분리된 하울의 마음을 어린아이의 심장으로 표현할까요? 어린아이의 심장을 한자로 표현하면 '童心'입니다. 전쟁과 폭력이라는 어른들의 사정에 노출된 어린아이의 하울. 그 어린이가 어른들의 사정으로 잃어버렸던 건 어린이라면 응당 가지고 있어야 할 그 시절의 마음 동심 아니었을까요? 그리고 그런 하울의 상황은 (고통에) 울부짖는다라는 의미를 가진 'Howl'의 이름으로도 표현됩니다.
4. 영화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 이야기하는 것 : 동심
이 영화는 어른들의 사정으로 동심을 잃게 된 어린아이들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소피의 이야기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같은 나이에 친구들과 다르게 자신의 삶을 즐기지 못하고 일과 의무감에만 사로잡힌 소피 그녀에게 마녀가 건 저주는 이런 늙은 마음을 겉으로 드러나게 하는 저주 아니었을까요? 그래서 어린 나이에 누려야 마땅한 여러 감정들을 솔직하게 표출할 때면 그녀는 다시 젊어지곤 합니다. 그 솔직한 감정은 사랑일 때도, 자존감일 때도, 분노일 때도, 슬픔일 때도 있었습니다. 이 영화는 소피의 솔직한 감정처럼, 아이다운 솔직한 감정 '동심'을 이야기합니다. 이 마법의 성을 움직이게 하는 건 '하울의 심장'인데, 엄밀히 말하면 그의 어린 시절 심장인 '동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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