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아웃이라는 제목이 보여주듯 영화는 안쪽과 바깥쪽의 이야기가 동시에 진행됩니다. 이때 안쪽과 바깥쪽을 이어주는 매개체가 바로 11살 소녀 라일리입니다. 라일리의 안쪽(머릿속) 이야기의 주인공은 라일리의 핵심 감정들입니다. 이들의 목표는 라일리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안쪽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핵심 감정의 역할에 대해 알 수 있고, 핵심 기억, 성격 섬, 꿈 공장 등 재밌게 표현된 개념을 통해 우리 머릿속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바깥쪽 이야기의 주인공은 누구일까요? 바로 라일리입니다. 정들었던 고향 미네소타를 떠나 샌프란시스코로 이사 온 라일리는 무척이나 혼란스러운 감정을 느낍니다. 하지만 애써 웃어보려 합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 깊게 관여하는 것이 바로 핵심 감정들입니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은 라일리의 주변 환경 변화에 대처하는 핵심 감정들의 모습과 그들의 대처로 인해 라일리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보여줍니다. 다섯 가지의 핵심 감정들을 살펴보고, 그중 슬픔이의 역할은 무엇인지, 영화의 결론은 무엇인지 알아보겠습니다.
1. 다섯 가지 핵심 감정들
라일리의 머릿속에는 다섯 가지의 핵심 감정이 살고 있습니다. 이 5가지 핵심 감정의 목표는 라일리의 행복입니다. 사실 소심이, 까칠이, 버럭이는 비교적 나중에 합류한 감정들입니다. 제일 먼저 자리를 잡은 건 기쁨이와 슬픔이었습니다. 기쁨이와 슬픔이는 라일리가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할 정도로 어렸을 때부터 함께 했습니다. 그럼 기쁨이와 슬픔이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기쁨이는 라일리의 웃음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기쁨이가 조종석에 앉아 버튼을 누르면 라일리가 까르르 웃습니다. 반면에 슬픔이는 라일리의 눈물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슬픔이가 앞으로 나서면 라일리는 엉엉 울기 시작합니다. 기쁨이는 슬픔이의 역할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매사에 겁이 많은 소심이 덕에 라일리는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고, 확고한 취향을 가진 까칠이 덕에 라일리는 자신이 싫어하는 것을 분명하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부당한 대우에 라일리가 맞설 수 있는 건 버럭이 덕분입니다. 하지만 슬픔이가 나서면 라일리는 울기만 합니다. 그래서 기쁨이는 조금씩 슬픔이를 배제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라일리는 행복과 점점 더 멀어져만 갔습니다.
2. 슬픔이의 역할은 무엇일까?
영화 인사이드 아웃은 슬픔이의 역할을 이해하지 못했던 기쁨이가 진정한 행복을 위해서라면 슬픔이가 꼭 필요하다는 사실을 조금씩 깨달아가는 내용의 이야기입니다. 기쁨이는 슬픔이의 역할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라일리의 가족은 미네소타에서 샌프란시스코로 이사를 갑니다. 한적하고 여유로웠던 미네소타와는 달리 샌프란시스코는 어딘가 바쁘고 쫓기는 듯한 느낌의 도시입니다. 낯선 환경에서 즐거움을 유지하는 건 무척이나 어려운 일입니다. 지금껏 겪어보지 못했던 위기 상황에 처한 기쁨이는 무척이나 예민해집니다. 소심이, 까칠이, 버럭이는 그럭저럭 말이 통하는데 문제는 슬픔이입니다. 일단 슬픔이가 나서기 시작하면 라일리는 또 눈물을 터뜨릴 거고 그렇게 된다면 라일리는 절대로 행복해질 수 없을 테니 말입니다. 그래서 기쁨이는 슬픔이를 자꾸 가둬두려 합니다. 하지만 기쁨이가 잠깐 한눈을 판 사이에 슬픔이는 다시 구슬을 파랗게 물들여 버립니다. 그런데 이게 정말 슬픔이의 잘못일까요? 익숙한 것들로부터 분리되어 버린 경험은 서글플 수밖에 없습니다. 슬픔이가 자꾸 무언가를 건드리고 싶어 하는 건 지금 라일리가 슬프기 때문입니다. 슬픔이는 자기 역할을 제대로 잘 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라일리가 11살인 것처럼 슬픔이 역시 11살이기 때문에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 제대로 설명할 수 없는 것입니다. 라일리가 새 학교에서 자기소개를 하는 동안 슬픔이는 핵심 기억을 파랗게 물들인 것도 모자라 친구들 앞에서 자기소개 중인 라일리를 울게 만들어 버립니다. 그렇게 첫 슬픔의 핵심 기억이 만들어집니다. 기쁨이는 슬픈 핵심 기억을 어떻게든 없애려 합니다. 몸싸움을 하던 둘은 결국 본부 밖으로 밀려나 버립니다. 이 과정에서 라일리의 핵심 기억들도 전부 분실됩니다. 본부로 돌아가는 길을 찾던 기쁨이와 슬픔이는 빙봉을 만나게 됩니다. 빙봉은 라일리가 어렸을 때 만들어낸 상상 속의 친구입니다. 라일리가 더 이상 빙봉을 떠올려주지 않아서 떠돌이처럼 기억 속을 헤매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기쁨이는 본부로 가는 길을 알려준다면 라일리가 빙봉을 떠올릴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제안합니다. 그런데 잠깐 한눈파는 사이에 마인드 워커들이 빙봉의 로켓을 쓰레기장에 던져버립니다. 로켓을 잃어버린 빙봉은 크게 상심합니다. 그 로켓은 빙봉과 라일리의 추억이 담긴 아주 소중한 물건이었기 때문입니다. 기쁨이는 간지럼을 태우고 우스운 표정을 지어 보이면서 어떻게든 빙봉을 다시 웃게 만들려고 합니다. 하지만 빙봉은 여전히 시무룩합니다. 이때 슬픔이가 가만히 다가갑니다. 슬픔이는 기쁨이가 애써 피하려 했던 그 주제에 대해 말을 꺼냅니다. 빙봉은 슬픔이의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속상한 마음을 표현합니다. 빙봉은 슬픔이를 끌어안고 한참을 울다가 거짓말처럼 다시 기운을 차립니다. 기쁨이는 혼란스러워합니다. 기쁨이는 아마 이 장면에서 어렴풋하게 깨달은 것 같습니다. 슬픔이에게도 엄연한 역할이 존재한다고, 그 역할은 오직 '슬픔이'만이 해낼 수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본부로 돌아가는 중 기쁨이와 기쁨이를 구하려던 빙봉은 쓰레기장으로 떨어져 버립니다. 그러다 슬픔이와 함께 들여다봤던 핵심 구슬을 다시 보게 됩니다. 자신의 슬픔을 표현하고 그 슬픈 마음을 위로받을 때 우리는 행복함을 느낍니다. 비록 달라지는 상황은 아무것도 없을지 몰라도 누군가 내 마음을 알아준다는 것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기운을 낼 수 있습니다. 그건 오직 슬픔이만 선물할 수 있는 행복입니다. 이제 기쁨이는 슬픔이의 역할이 무엇인지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슬픔이 역시 라일리의 행복을 위해 존재한다는 것, 자신이 해줄 수 없는 것을 슬픔이가 해줄 수 있다는 것 이 사실을 모두 다 이해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이곳을 빠져나가야 합니다. 슬픔이와 힘을 합친다면 라일리를 더더욱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 테니 말입니다.
3. 결론 : 슬픔은 표현해야 한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은 슬픔이라는 감정이 어떻게 우리 행복에 기여하는지 알려주는 영화입니다. 즐거움을 행복과 연결 지어 생각하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슬픔과 행복을 연결해서 생각하는 건 말처럼 쉽지만은 않습니다. 슬픔이 행복이라는 목적지에 도달하려면 표현이라는 간이역을 거쳐야 합니다. 슬픔이 찾아온 시기에는 그냥 마음껏 슬퍼해야 합니다. 라일리가 부모님과 친구에게 위로받을 수 있었던 건 자신의 슬픔을 표현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가만히 앉아서 위로를 기다리기보다는 먼저 적극적으로 자신의 슬픔을 표현해야 합니다. 그게 바로 슬픔이의 역할인 것입니다. 자신의 슬픔을 삼킨 채 살아가는 분들이 계시다면 그렇게 무리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슬픔을 표현하는 게 부담된다면 영화나 책등에 힘을 빌려 혼자 쌓인 눈물을 털어내는 것도 나름의 방법일 것 같습니다. 표현을 함으로써 내가 나의 슬픔에 공감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여러분의 슬픔이 충분히 표현되기를, 그래서 오늘보다 행복한 내일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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