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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UP)> 픽사 최고의 5분을 담다, 집의 의미

by 향기가 짙은 2023. 4.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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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

 2009년에 개봉한 영화 <업>은 픽사의 10번째 장편 애니메이션 작품으로, 픽사에서 처음으로 평범한 인간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입니다. 영화 <업>은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상과 음악상으로 무려 2관왕에 올랐으며, 1991년 디즈니의 <미녀와 야수> 이후 20년 만에 애니메이션 역사상 두 번째로 아카데미 작품상에 노미네이트된 대단한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픽사 최고의 5분'이라는 장면을 가지고 있는 영화입니다. 동그랗고 네모난 캐릭터들을 알아보고, 영화 내내 등장하는 집의 의미를 알아보겠습니다.

 

1. '픽사 최고의 5분'을 담다

 영화 초반부 칼과 앨리의 결혼 생활을 보여주는 약 5분 정도의 영상은 일명 '픽사 최고의 5분'이라 불리며 많은 영화 팬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만든 장면입니다. 픽사에서는 이 파트를 기획하던 당시 인터넷에 랜덤으로 떠도는 여러 일반인들의 홈 비디오 영상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고 합니다. 이 5분가량의 짧은 클립의 가장 큰 특징은 아무런 대사도 없이 그저 음악과 인물들의 행동으로만 이루어졌다는 점입니다. 제작 초기 단계에서는 인물들 간의 대사로 구성되어 있었지만 픽사에서 인물들의 말보다는 행동과 음악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길 원했고, 당시 타이어 펑크 소리 나 유리잔을 깨는 소리 등 전부 녹음까지 마쳤었지만 과감하게 삭제시킨 뒤 오직 음악으로만 장면을 완성시켰다고 합니다. 젊은 시절 한낮의 피크닉 장면과 대비된 노을 지는 노년 시절 피크닉 장면까지 시간의 흐름을 보여줍니다. 한 부부의 일생을 이렇게 짧은 시간 동안 아름답고 뭉클하게 표현할 수 있다니 괜히 이 장면이 '픽사 최고의 5분'이라는 별명이 붙은 게 아닌 것 같습니다.

 

2. 등장인물의 모습 : 동그라미 VS 네모

 주인공 캐릭터들의 모습은 특징이 있습니다. 동그랗거나 네모납니다. 이런 단순한 모양들이 캐릭터의 성격을 잘 표현해 줍니다. 능동적이고 쾌활한 성격인 앨리는 생김새가 둥글둥글한 동그라미 모습입니다. 반대로 수동적이고 조금은 딱딱한 성격을 가진 칼의 생김새는 네모난 모습입니다. 마찬가지로 이 둘이 사용하는 물건들 또한 엘리의 물건은 둥그스름하고, 칼의 물건은 각진 네모 형태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엘리가 떠나고 나자 상자 같은 집에서 고립된 생활을 하며 더욱 냉소적으로 바뀐 칼에게 다시 한번 삶에 활력을 불어 넣어준 러셀 역시 동그란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이러한 캐릭터들을 디자인하는 과정에서 픽사는 일명 '단순화 기법'이라는 걸 사용했습니다. 픽사에서는 러셀을 디자인할 때 최대한 풍선 모양에 가깝게 디자인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동글동글 귀여운 러셀은 딱딱한 칼에게 그리고 관객들에게 부드럽게 다가옵니다. 

 

3. 영화 <업>에서 집의 의미

 영화 초 건설 현장 한가운데에 홀로 지조 있게 자리를 지키고 있던 칼의 집은 사실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만든 것입니다. 집의 주인은 '이디스 메이스필드'라는 할머니로 당시 건설사 측에서는 대형 쇼핑몰 건설을 위해 집의 철거를 부탁했지만 이디스 할머니는 100만 달러 제의까지 거절하며 의견을 굽히지 않으셨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젊은 시절 이디스는 전쟁을 피해 어쩔 수 없이 홀어머니를 두고 영국으로 떠났었는데 후에 다시 집으로 돌아와 극진히 보살피던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자기 자신 역시 이 집에서 생을 마감하고 싶다는 이유였습니다. 결국 이 사연을 들은 공사 책임자는 건설사 측을 설득해 이 집을 그대로 두고 공사를 진행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사건에 큰 감명을 받은 픽사는 이 설정을 영화 속에도 비슷하게 집어넣었습니다. 푸른 하늘 속 뭉게구름 사이를 유유히 거닐며 날고 있는 이 풍선 집은 칼이 엘리를 처음 만났던 곳이자, 그녀와 함께 일생을 보낸 장소입니다. 그런 칼에게 이 집은 가장 아름다운 추억이 담겨 있는 장소임과 동시에 그가 과거에 갇혀 현재를 살아갈 수 없게 만든 장소이기도 합니다. 영화의 제목이 'UP'인 것과 다르게 과거와 현재 사이를 갈등하다 결국 과거를 내려놓습니다. 현재를 즐기기 위해선 아름다웠던 과거도 보내주어야 한다는 영화의 주제를 집이라는 장소를 통해 잘 표현한 작품입니다. 마지막엔 떠나보낸 과거의 집이 우연히도 칼이 놓아주고 싶었던 그곳에 잘 안착해있는 장면을 보여주며 관객들에게 따스한 감동을 안겨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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