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을 소재로 한 드라마 장르의 영화 이승원 감독의 <세 자매>입니다. 제목처럼 세 자매를 한 명 한 명 보여주며 관객들은 그들의 특별한 가족관계를 보며 그들의 삶을 점점 이해하게 됩니다. 가정 폭력으로 인한 세 자매의 내면 속 깊은 상처들을 섬세한 연기로 표현해 준 배우들의 연기가 참 좋았던 영화입니다.
1. 세 자매 이야기
영화의 제목인 <세 자매>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가족 에피소드 영화입니다. 하나의 사건을 두고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주인공을 내세우는 상업영화와 달리 <세 자매>는 여러 가지의 에피소드들을 흩뿌려둔 채 그 상황에서 인물들이 어떻게 반응하는가를 지켜보는 영화입니다. 여러 개로 나뉜 에피소드들은 감독의 시선이 담긴 각자마다의 시의성을 띄고 있고 그 상황들을 주인공들이 겪으면서 변화와 성장을 하게 됩니다. 관객들은 그러한 과정을 보며 메시지를 전달받게 됩니다. 영화 속 세 자매를 설명하면, 첫째 딸 희숙은 항상 미안하다는 말을 달고 살며 하나뿐인 딸과 남편에게 무시를 당하고 있죠 심지어 암을 선고받았는데도 가족 누구에게도 쉽게 털어내지 못하고 혼자 간직하고 있습니다. 둘째 딸 미연은 성가대를 지휘하는 신망 높은 교인이자 어느 정도의 사회적 지위를 가진 인물입니다. 그녀는 동생의 징징거림에도 쉽게 짜증을 내거나 험한 말을 하지 않습니다. 주위의 사람을 돌봄에 있어선 강한 책임감을 보입니다. 셋째 미옥, 가장 독특한 인물입니다. 교회를 가던 학교를 가던 술을 달고 사는 주당이자 자신의 예술관에 자부심이 넘치는 작가입니다. 걸핏하면 화와 짜증을 내는 기분파이며 어떻게 보면 심하게 단순해 보이는 인물입니다. 영화는 이들이 왜 이러한 외형 말투 성격 상황에 놓이게 되었는지 시간을 거슬러 그 원인을 응시합니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힌트는 손을 잡고 달리는 두 아이의 뒷모습으로 영화의 시작부터 알려줍니다. 이들은 하나의 비극적인 기원으로 그 뿌리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이 세 자매는 사실상 네 남매입니다. 희숙과 함께 배다른 자식으로 이 집에 들어온 진섭이 후반부에 등장합니다. 이들 모두는 가정 폭력에 노출된 아이들입니다. 희숙과 진섭은 본처에 대한 미안함이라는 명목으로 아빠에게 지속적으로 학대를 당했고 이것을 보다 못한 미연은 동생인 미옥을 데리고 집을 나가기도 합니다. 이러한 과거를 보면 그들의 현재 모습이 이해가 됩니다. 책임감이 강하면서도 표독스러워 보이던 미연의 모습, 자신의 몸에 상처를 내며 항상 미안하다는 말을 달고 살던 희숙의 모습, 매일같이 술을 마시고 꼬장 부리는 미옥의 모습들이 말입니다. 이미 성장이 끝난 것처럼 보이던 이들은 마지막에 사건을 겪으며 또 한 번 성장합니다. 정신과 육체의 질병을 얻은 진섭은 누나들의 권유에 병원에서 치료를 받게 되고 모든 죄를 하나님께 고하고 하나님으로부터 용서를 받던 미연은 아빠에게 하나님이 아닌 자신들에게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라 말합니다. 마지막으로 세 자매임에도 배가 다르다는 이유로 거리감과 미안함을 느끼던 희숙은 다시 한번 더 같이 사진을 찍자며 권유하고 영화는 그 카메라의 시점으로 마무리가 됩니다.
2. 배다른 남매와 가정 폭력
영화에서 나오는 이 가족은 조금 특별합니다. 네 남매는 배다른 남매입니다. 첫째 희숙과 막내 진섭에게는 지금의 엄마는 계모이며, 셋째 미옥은 지금의 아들에게 계모입니다. 배다른 남매, 계모의 뜻이 사전적 의미로만 본다면 나쁜 뜻이 아니지만, 그동안 많은 매체에서 그 이미지를 부정적으로 사용하여 사람들에게 선입견을 주었습니다. 다만 세 자매에서는 이러한 외적 선입견을 탈피해 영화의 내적인 설정을 기반으로 그 관계를 응시합니다. 배다른 남매임에도 같은 아픔을 공유했기에 서로를 이해할 수 있으며, 새엄마이기 때문에 아들과 친구처럼 지낼 수 있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새엄마와 배다른 자매의 관계는 영화가 진행되면서 전부 회복되는 모습을 보여주며 영화에서 등장하는 관계들 중 핵심 갈등을 가지고 있는 건 실질적인 피를 나눈 아빠와 자식의 관계뿐입니다. 가정폭력이라는 비극적인 역사를 가진 아이들이 성장해서 이제야 비로소 억울함을 호소하고 해결하고 싶은 네 남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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