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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놉> 등장인물 알아보기, 조던 필 감독의 의도

by 향기가 짙은 2023. 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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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놉>

 <겟 아웃>, <어스>의 작가 겸 감독인 서스펜스의 귀재 조던 필 감독의 영화 <놉>입니다. 이번에 감독이 선택한 주제는 바로 UFO입니다. 만난 적도 본 적도 없지만 익숙한 소재입니다. 과연 UFO를 등장시키며 어떤 각도로 영화를 이끌어나갈지? 등장인물인 헤이우드 남매, 고디와 주프, 진 재킷(UFO)을 알아보며 조던 필 감독의 의도를 찾아보겠습니다.

 

1. 헤이우드 남매

  LA 근처 아과 둘세에 살고 있는 주인공 헤이우드 남매의 성격이 대조적이라는 것은 초반부터 관객들은 알게 됩니다. OJ는 동물에 대한 깊은 이해도를 가졌고 말에 대해서도 프로지만 내성적인 성격 탓에 현장 스튜디오에서 스태프들과 의사소통이 원활히 진행이 안됩니다. 반면에 에메랄드는 명랑한 달변가에 배우의 꿈을 갖고 있고 사람들과도 잘 어울립니다. 하지만, 오빠처럼 아버지와는 긴밀한 관계가 아니었고 말 조련도 배우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자기 역할이 가문의 사업을 홍보하고 사람들과의 관계를 맺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로 잘 안 맞는 남매지만, 카메라를 설치하고 진 재킷의 증거를 남기기 위한 샷을 찍기로 마음먹는 순간 가장 완벽한 팀워크를 보여줍니다.

 

2. 고디와 주프 

 이 영화는 중간에 인상적인 장면으로 주프가 아역으로 출연했던 시트콤 고디스 홈을 배치합니다. 왜일까요? 촬영장에서 주프가 겪은 일을 통해 지금의 주프가 설명될 뿐만 아니라 이 영화 전체와 공명하기 때문입니다. 관객으로선 이게 메인 플롯과 얼마나 거리를 두고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관객을 불안하게 흔드는 역할도 합니다. 주프는 대학살 이후 식탁보를 사이에 두고 고디와 눈이 마주쳤고 손을 부딪히려던 그 순간 자신만이 온전하게 살았습니다. 이 때문에 자신이 특별하게 선택받았다고 생각합니다. 일종의 스톡홀름 신드롬 같습니다. 주프에게 UFO는 또 하나의 '고디'입니다. 그는 '뷰어'라고 부르는 존재들에게 자신이 선택되었다고 믿으며, 심지어 그걸 쇼로 상업화합니다. 그는 사무실 한편에 출연작 소품을 전시한 비밀 공간을 마련하는 등 과거의 명성에 필사적으로 집착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이런 주프의 심리는 아역 때부터 할리우드의 이상향을 올려다보며 자리 잡은 것으로, 헤이우드 남매와는 대조적으로 UFO를 내가 보여줄 것이고 내가 통제할 수 있다는 오만함을 갖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주프가 악인인 것은 아닙니다. 과거의 비극을 바라보지 못하고 선택받았다는 착각에 사로잡혀서 정작 공포에 몸서리쳤던 트라우마를 자기 아내에게도 공유하지 않고 그저 다 괜찮고 순조롭다고만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결국 주프의 쇼를 보던 사람들이 모두 죽게 됩니다. 스펙터클한 구경거리라는 건 이 영화 속 모든 인물이 쫓는 것이기도 합니다. 인간은 쇼를 위해 '고디'같은 동물을 이용합니다. 인간에게 고디는 '뷰어'이고, 고디에게 청중은 먹잇감입니다. 주프가 UFO를 '뷰어'라고 부르고 UFO가 인간을 먹잇감으로 여긴 것처럼 말입니다.

 

3. 진 재킷 (UFO)

 이 영화의 최대 반전은 UFO가 지각이 있는 동물이라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흥미로운 비틀림이 있습니다. 외계인이 어떻게 생겼는지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를 정면으로 무시합니다. 사실 외계인이 쳐들어왔다는 개념만은 너무 익숙한 아이디어이기 때문에 공포를 불러일으키긴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영화 후반부에서 OJ는 괴물의 동기를 아주 단순하게 해석하고 '오로지 먹어 치운다'라는 습성에 집중하면서 '먹히면 끝난다'라는 공포감이 따라옵니다. 여러모로 비행접시를 타고 내려와 인간과 조우하는 자비롭거나 악의적이거나 하는 외계인의 통상적 개념에 대한 도전에 가깝습니다. 이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것이 정녕 알고 있는 것인가? 그렇다면 외계인의 범주는 어디까지인가?를 고민하게 합니다. 침팬지 고디는 훈련을 받았고 사람들과 교감하며 쇼에 출연했습니다. 사람들은 고디의 본성을 이해하지 못했고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전혀 아니었습니다. 조던 필은 '공포란, 존재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그 존재를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온다'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그런 점에서 주프가 고디에게 주먹을 내미는 것도 유에프오에게 말이라는 먹이를 주는 것도 그들의 본성을 이해하지 못하면서 온 착각이고 공포입니다. OJ는 모든 동물에겐 규칙이 있다고 말합니다. 그나마 최선이 있다면 그 행동과 규칙을 파악하는 것 정도뿐 속내까지는 결코 알 수 없습니다. 그렇게 이 영화에서는 외계인의 정의를 달리합니다. 그저 지구 밖에서 온 것 같으면 외계인인 것이 아니라 우리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고디 같은 존재들, 심지어 인간끼리도 외계인이라 정의할 수 있습니다.

 

4. 조던 필 감독이 전하고 싶었던 의도

 조던 필 감독은 왜 이렇게 영화를 만들었을까요? 첫째, 팬데믹 공포입니다. 조던 필은 2020년 팬데믹이 만연할 때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썼습니다. 그 해 일어났던 끔찍한 일들을 이 영화에 녹이고 싶었다고 했습니다. 둘째, 인종 문제입니다. <겟 아웃>, <어스> 등 전작들을 봐도 조던 필은 장르 영화의 기저에 인종 문제를 깔아뒀었습니다. 이번엔 영화의 탄생 지점에 흑인이 있었고 이름도 없이 착취되었다고 비틀어 버립니다. 셋째, 영화라는 것에 대한 헌사입니다. 남매는 cctv를 달아 UFO의 흔적을 잡으려 하고, 마지막에 에메랄드는 우물 카메라로 진재킷의 샷을 남깁니다. 움직이는 것을 찍는다는 영화의 본질적인 아름다움과 다수의 사람이 협력을 통해 빚어내는 가장 보편적인 상업 예술인 '영화'에 대한 찬사를 보내고 있습니다. 넷째, 주목받고 싶은 심리입니다. 이 영화는 SNS에서 주목받고 싶어 하는  MZ 세대의 심리를 다룬 영화입니다. 에메랄드는 SNS에 집착하며 언제나 자기 외적인 부분에서 자신을 증명할 거리를 찾습니다. 에메랄드가 누군가에게 주목받고 싶어 하는 욕구야말로 우리가 가장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겠습니다. 주프는 어떤가요? 그는 주목받았던 과거 자체의 삶에 매몰된 사람입니다. 우리가 진짜 집중할 것은 우리 자신 그리고 우리의 가족이라는 메시지입니다. 다섯째, 자연입니다. 인간은 고디를 이해하지 못했고 통제하지도 못했습니다. 그런 지점에서 과연 지구의 진짜 주인이 누구인지 반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OJ 역시 말의 눈을 쳐다보거나 뒤에 있으면 안 된다는 것만 알뿐 결국 촬영장에서 일을 그르치고 말았습니다. 하필 세워진 신발을 보며 눈을 돌리고, 식탁보에 눈이 가려져서 운 좋게 살아남은 주프도 결국 알 수 없는 존재를 쇼로 팔다가 죽어버렸습니다. 인간은 자연을 잘 알고 이해할 수 있을까요? 한 마리의 침팬지도 이해하지 못하고 통제하지 못하는 인간이 자연이라는 스펙터클을 컨트롤할 수 있겠냐는 것입니다. 나아가서 우리는 과연 코로나를 통제할 수 있을까요? 조던 필이 이 영화를 통해 전하고 싶었던 건 이런 것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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