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2014년 개봉된 영화 <나를 찾아줘>입니다. 데이비드 핀처 감독은 광고와 뮤직비디오로 성공을 거둔 뒤 영화계로 진출한 대표적인 감독이며, <소셜 네트워크>,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등 을 연출하며 흥행을 이끌어간 감독입니다. <나를 찾아줘>는 어느 날 실종된 아내 에이미를 찾는 남편 닉이 주인공이며, 관객들은 과연 에이미는 왜 실종된 것인가? 남편에 의해 죽임을 당한 것인가? 의문이 들며 영화를 보게 됩니다. 영화에선 에이미의 일기장을 읽어주며 사건의 흐름을 보여줍니다. 언론은 닉을 마녀사냥하기 시작합니다. 과연 진실은 무엇인지 살펴보겠습니다.
1. 조작된 일기장
영화는 중간중간 에이미의 내레이션으로 그녀의 일기장을 관객들에게 노출시켰습니다. 닉과의 첫 만남부터 시작된 그녀의 일기는 모든 게 사실인 것만 같았습니다. 하지만 그건 진실과 허구를 적절히 배치시킨 에이미의 작품이었습니다. 자신의 주장에 신빙성을 더하기 위해 미리 설치해 둔 것이었던 것입니다. 그 결과 경찰과 이 영화를 지켜보는 관객은 영화 중반부까지 속아 넘어가게 됩니다. 철저하게 그녀에게 농락을 당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내용은 보면 2005년 1월 8일 첫 만남의 내용, 2007년 2월 24일 어메이징 에이미의 출판 기념회에서의 청혼, 그리고 2009년 7월 5일 두 번째 결혼기념일과 전 재산을 부모님께 드린 것, 그 후 닉의 어머니가 유방암에 걸렸던 것까지가 사실입니다. 이후 쓰인 일기에 나왔던 이 장면들은 우리가 닉을 의심하며 분노하게 만들었지만 거짓입니다. 닉은 그녀를 밀쳐낸 적이 없었습니다. 2012년 2월 14일 날 쓰였던 일기는 진실과 거짓이 뒤섞여 있었습니다. 그녀가 총을 산 건 맞지만 닉이 자신을 해칠까 봐 구입한 건 아니었습니다. 그녀는 일부러 자신의 존재를 강렬하게 기억시키기 위해 핑크색 옷을 입고 총기를 구입했던 것입니다.
2. '어메이징 에이미'와 에이미
그녀를 이해하기 위해선 '어메이징 에이미'와 그녀의 관계를 살펴봐야 합니다. 에이미는 두 번째 일기에서 책 속의 에이미가 자신의 실체와는 다르다고 말했지만 그녀는 평생을 그 안에서 벗어난 적이 없습니다. 한마디로 인생이 포장된 채, 책 속의 주인공과 같은 삶을 계속 살아온 것입니다. '어메이징 에이미'가 결혼한 걸 축하하던 출판 기념일에서 에이미는 기자와 블로거들에게 둘러싸인 채 질문을 받다가 닉에게 청혼을 받게 되는데, 그건 책 속에 '어메이징 에이미'와 같은 삶을 살아가려는 그녀에겐 최고의 타이밍이었을 것입니다. 닉과 결혼한 이유도 바로 그것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결혼 후 변해가는 닉의 모습에 비극은 시작됩니다. 그녀는 평소에 자신이 혐오하던 모습 그 자체가 되었고 대도시에서 시골로 내려온 것도 모자라 남편이 자신보다 동생과 더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보며 지독히도 외로워졌을 것입니다. 주목받던 '어메이징 에이미'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삶이었습니다. 에이미가 폭주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건 닉의 외도 때문이었습니다. 그녀는 배신감에 치를 떨었고 닉과 앤디의 뒤를 밟으며 둘을 지켜봤습니다. 그러다 결심을 했던 것입니다. 책 속의 '어메이징 에이미'처럼 완벽한 결말을 내기로 말입니다. 참고로 그녀가 마치 보물 찾기를 하듯 결혼기념일 선물에 대한 단서를 남긴 장소는 모두가 다 닉과 앤디가 바람을 피우며 몸을 섞었던 장소였습니다. 에이미는 감쪽같이 사라져 남편을 살해 용의자로 만들 속셈이었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철두철미해야 했습니다. 우선 이웃에 살고 있는 노인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해 남편의 폭력성에 대해서 은근슬쩍 정보를 흘렸고, 닉의 카드로 물건들을 구입하거나 도박을 해 그의 재정 상태를 엉망으로 만든 뒤 동시에 자신의 생명보험 한도를 늘리는 작업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동정하게 만들기 위해 임신을 조작하기도 했습니다.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그녀는 결혼기념일 아침 닉이 외출을 하자마자 자신의 피를 사방에 뿌려대며 피할 수 없는 덫을 설치해 놓기까지 했습니다. 이 모든 계획을 실행하기 전 무려 300페이지에 달하는 일기를 써놓은 것 역시 완벽한 알리바이를 만들어내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녀는 그렇게 닉을 파멸시키려고 했던 것입니다. '폭력적이고 외도를 하는 남편에 의해 살해당하는 임산부' 이것이 그녀의 계획이었습니다.
3. 마녀사냥
언론은 철저하게 에이미의 바람대로 움직였습니다. '어메이징 에이미'의 주인공이었던 그녀의 실종 사건은 대중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는 최고의 음식이었습니다. 존재하지도 않는 가해자를 만들어 의혹을 부풀리며 여론 몰이를 해야 했습니다. 기자회견 내내 침울한 표정을 짓고 있던 그는 기자들의 요구로 인해 잠시 미소를 지었을 뿐인데, 닉의 웃는 모습만 언론에 나왔습니다. 언론은 자신들이 요구했던 그 장면으로 그를 공격했습니다. 여기에 전문가는 한 술 더 떠 닉과 마고의 관계를 의심하며 소설을 쓰기까지 했습니다. 여기에 진실이 끼어들 틈 따위는 없습니다. 무조건적인 공격만 있을 뿐입니다. 그건 방송을 보는 대중도 다르지 않습니다. 대중은 언론이 의도한 대로 여과 없이 받아들이고 닉을 가해자로 단정 지어 버립니다. 심지어 닉의 쌍둥이 동생까지 그를 의심하는 장면에선 언론의 파급력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이건 우리가 매일같이 접하는 언론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아무런 생각 없이 수용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이 일에 책임을 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흥미가 떨어진 장난감은 버리면 그만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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